집값 상승 후에 찾아오는 불청객

입력 2020.01.13 09:12

전세보증금 오르고 있다

서울 일대가 집값 상승으로 한바탕 큰굿을 하더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지 일단 굿판을 멈추었다. 작은 굿판은 과천, 분당, 수원 등지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별로 신통치 않고 5대 광역시에서 일어난 불꽃놀이도 저절로 사그라졌는지 조용하다. 12ㆍ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힘이 세긴 센가보다.


안정화 대책의 힘이 세기도 하지만 집값이 더 차고 오를 기력이 쇄진됐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앞으로 값이 뚝뚝 떨어지지는 않을지라도 지난 1년처럼 자고 나면 1억씩 오르는 일은 없으리라. 그래서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었다.


문제는 오른 집값 다음에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그 불청객의 이름은 바로 ‘전세보증금 인상’이다. 3~4년 전에도 전세보증금이 엄청 올라 집값의 80%를 유지했음을 기억 할 것이다. 한 달 전까지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이사를 못 가고 있다는 질문이 줄을 잇더니 요즘은 딱 그쳤다.


서울 주택매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입주하기 위해서 매입하는 주택은 20~30%밖에 안된다. 70~80%는 전세 안고 투자로 매수하거나 반 전세로 돌려 월세목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전세를 안고 사면 투자밑천이 적게 들어 좋고 반전세로 사게 되면 달마다 수입이 있어 좋다.


따라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은 많을수록 좋다. 지금 서울은 신규물량이 부족해 전세보증금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당신이 세입자라면 휴대전화에 집주인 전화번호가 뜰까봐 겁이 날 것이다. 전세보증금이 오르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른다. 


매일 집값이 올라 결국 집을 사지 못하고 전세로 살고 있는데 보증금까지 올려 달라고 하면 세입자는 오른쪽 뺨 맞고 다시 왼쪽 뺨을 맞는 셈이다.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이 오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임차인이 살던 그대로 그 값에 살도록 배려하고 양보하자.


집값 오르고 전세보증금 오르면 양손에 떡을 쥐는 셈이다. 한쪽 떡은 세입자 몫으로 하면 당신도 복 받은 사람일 것이다. 세입자는 달랑 집 한 채가 없어서 집 살 궁리만 하고 있고 집주인인 당신은 달랑 집 두 채나 세 채가 되어 임대주택사업자등록을 해야 할 것인가? 안하고 버텨야 할 것인가? 고민이 클것이다.


집을 가져도 고민, 안 가져도 고민이다. 차라리 수십 채가 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두세 채 가지고 사업자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집을 두 채나 세 채 가진 사람들은 대개 투자자들이기에 내일이라도 값만 맞으면 팔아야 할 처지인데 임대사업자등록을 해버리면 팔 수가 없어 문제다.


또 세를 놨으면 실수요자(입주할 사람)에게는 이삿날이 맞지 않아 팔 수도 없다. 실수요자는 지금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세기한이 1년이나 남아 있다면 누가 그 집을 사겠는가? 세입자가 기한이 끝난 후 2년을 더 살겠다고 배짱을 부리면 그런 집은 팔 수도 없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집은 팔릴 수가 없다. 일단 세를 놔버리면 세입자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집을 팔기가 아주 어렵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앞으로 보증금 인상이나 인하가 문제가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서로 도와주는 처지가 되어야 한다.


5월은 2000만원 이하의 임대사업소득자도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집 두 채 있는 사람이 두 채 다 세를 놓고 자신도 세를 살고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 두 채 다 임대사업자로 신고해야 할까? 아무 때고 입주할 한 채는 빼놓고 한 채만 신고해야 할까? 임대사업신고 이게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한 채를 신고하든 두 채를 신고하든 본인의 판단이 중요하다. 자신이 알아서 판단하되 그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두 채나 세 채를 가진 사람이 워낙 많고 대책안도 그런 세세한 것까지 규정된 게 없어 모두가 엉거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한 채나 두 채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집값이 오른 후에 따라오는 불청객은 전세보증금 인상이다. 서울은 벌써 오르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임대인들은 임차인의 입장을 고려하자. 임대인에게는 작은 돈일지라도 임차인에게는 큰돈일 수 있다. 앞으로 집값은 오름폭이 줄어들 것이다. 임차인들도 집이 팔릴 수 있도록 협조하고 어서 집을 사도록 하자.


윤정웅
2020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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